코로나의 펜데믹이 거의 종료되는 시점인 2023년 2월 6일 시리아와 국경을 이루고 있는 튀르키예(Türkiye)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하여 사망자 5만명, 부상자 수십 만 명의 상상을 초월하는 인명피해가 보도되고 있다.
Turkey earthquake: Death toll could increase eight-fold, WHO says - BBC News
Kahramanmaras earthquake - Google Maps
언론에서는 지진 피해를 보도하면서 내진설계가 잘못되었다고 지적을 하지만, 내진설계의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보도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진설계의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또한 대규모 지진 피해를 접하면 인간의 잘못이 관여 된 점은 인정하겠지만 유사한 자연 재해인 홍수와 가뭄을 완벽하게 대비할 수 없는 것처럼 인류가 구조물의 재료로서 자갈과 모래라는 가장 저렴한 천연재료를 사용하는 한, 완벽한 내진설계는 불가능하다.
튀르키예 대지진이 휩쓴 카르만마라슈(Kahramanmaraş) 지역의 토목공학회 건물은 멀쩡하다
필자가 마이다스로부터 원고를 요청 받고 수락한 이유도 관측된 지진파의 파형과 스펙트럼을 입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진설계의 미비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지진 피해란 구조물에 입력되는 지진파와 구조물의 공진의 결과라는 사실을 토목/건축 기술자들이 통찰력으로 인지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또한 딥러닝과 같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내진성능평가 및 내진보강공법에 활용해야 한다. 이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특히 주차장 확보를 위하여 널리 적용되고 있는 필로티 구조물의 취약한 내진성능을 향상 하기 위한 방안으로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모든 건축 구조물 및 토목 구조물은 자연환경과 시대적 상황에 따라 발전되어 왔으며, 지구 중력의 지배를 받는 모든 물체는 중력에 견딜 수 있게 건설되어 왔다.
천연 재료인 돌은 압축에는 강하나 인장에는 약한 재료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재료적인 단점을 아치라는 구조 형식을 발명함으로써 고대 로마 시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장대한 구조물 및 교량의 건설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돌을 재료로 사용한 아치 구조물은 중력 등의 수직하중에 대해서는 충분히 견딜 수 있으나 수평으로 작용하는 지진 하중에는 거의 무력한 구조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이 수직력에 대해서는 구조적으로 튼튼한 구조물도 수평력에 대해서는 무력해질 수도 있으며, 내진기술이란 수평력인 지진하중에 대하여 견딜 수 있도록 구조물을 설계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2천만톤의 구조물을 쓰레기로 만든 일본의 1995년 고오베지진, 쓰나미로 인해 2011년 원자력발전소에 피해를 초래한 후쿠시마 지진 그리고 이번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과 같은 엄청난 지진동 앞에서는 20세기 건설 문화를 꽃 피운 철근콘크리트의 발명도 절대적인 안전보다는 붕괴에 의한 인명의 손상을 최소화한다는 구차한 구호에 그치고 있다.
진정으로 대지진에 대하여 안전하게 구조물 설계하는 기술을 내진기술이라고 칭하려고 한다면 지진 직후에도 수리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사용이 가능해야 하고, 인명 뿐만 아니라 국민의 자산 가치까지 보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개념의 전환을 동반하지 않고 서는 이러한 강력한 지진동에 대하여 구조물을 안전하게 설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들은 강성이 약한 물체는 흔들리기 쉬우나, 강성이 강한 물체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일상적인 감각을 터득하고 있다. 그러면 지진 다발 지역인 일본의 동경이나 미국의 L.A지역에 어떻게 흔들리기 쉬운 구조 형식을 갖는 고층 빌딩의 건설이 가능한가.
지진을 비롯한 진동에 관련된 모든 문제는 공진현상으로 설명이 가능하며, 공진현상을 방지하거나 또한 이를 극복하는 것이 내진설계이다.
공진이란 두 물체 사이의 떨림을 주고받는 현상을 말하며 반드시 주파수라는 개념이 들어간다.
즉, 크기가 같은 소리굽쇠를 서로 떨어뜨려 놓고, 한쪽의 소리굽쇠에 충격을 가했을 때 공기를 매체로 에너지가 전달되어 충격을 가하지 않은 다른 쪽의 소리굽쇠가 진동하는 현상을 공진이라 한다.
여기서, 크기가 같은 소리굽쇠라는 말은 두 물체의 진동수가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진과 구조물과의 관계도 이와 동일하다. 지진이 발생하여 지표면에서의 큰 흔들림이 있으면, 지표면에 놓여있는 모든 물체는 힘을 받게 되는데 물체의 진동수가 지진의 진동수와 근접한 물체는 더 큰 힘을 받게 되어 붕괴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지진의 진동수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대비하여 구조물을 설계하는 것이 내진설계이다.
다시 말하면, 지진이라는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적극적인 방법론은 지진파의 특성을 이해하는 지진학적인 접근이다. 그리고 철근콘크리트에 있어서는 주철근의 겹이음 방지와 띠철근의 간격 및 절곡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 지진이라는 자연 재해에 대비하는 실천 가능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지진의 발생 원인에 대하여 고대에는 신앙적인 면에서 신의 노여움이나 땅속에 사는 괴물의 진노 등 여러 가지로 억측 되어 왔으나, 19세기 후반부터 관측된 지진을 통하여 과학적인 해석을 하게 되었다.
암석으로 이루어진 단단한 지각에서 지진파가 발생되기 위해서는 지각의 어느 부분에 충격적인 힘이 작용하던가, 지각 내에 작용하고 있는 어떤 힘에 의해 지각이 견딜 수 없게 되어 급격한 파괴가 일어나던가 하는 두 가지의 직접적인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전자인 지각에 충격적인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가설에 의하면 단층은 지진의 결과로서 생겨난 것이나, 후자의 가설에 의하면 단층을 생기게 하는 암석의 파괴가 지진의 원인이 된다.
다시 말하면, 전자는 어떤 충격적인 힘인 지진에 의해서 단층이 생기는 것이고, 후자는 단층 운동에 의해서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논의에 종지부를 찍게 한 것이 대륙이동설에 근거한 판구조이론(plate tectonics)으로, 단층생성의 결과에 의해 지진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지진을 이러한 단층 운동으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단층을 생기게 하는 힘의 원인이 어떻게 발생하는가를 규명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이것을 설명하는 학설로서 판구조이론이 1960년대 후반에 등장했다.
대서양을 끼고 있는 유럽 및 아프리카 대륙의 서해안과 남북 아메리카 대륙의 동해안을 짜 맞출 경우 접합부분이 서로 잘 맞는 형상이다. 또한 접합 되는 부분인 양 대륙의 지질, 암석의 연대, 생물이나 화석의 분포의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
이 사실로부터 옛날에는 하나의 대륙이 약 1억년 이전에 분열되어 동서로 이동하면서 그 사이에 대서양이 생성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판이동설을 정립한 사람이 독일의 지질학자인 알프레드 베게너(Wegener, 1912년)였다.
대륙이동설에 대한 또 하나의 새로운 증거로서는 1950년대의 자기학(磁氣學)의 발전에 있다.
화성암은 어떤 온도 이하로 되었을 때, 이에 포함된 광물질에 의해 지구 자극(북쪽이 N극, 남쪽이 S극)의 방향과 동일한 방향의 자극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대륙들이 이동 되지 않았다면 어떠한 대륙에서라도 동일한 시대의 암석에서는 동일한 방향의 자극이 발견되어야 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륙이 이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해저 퇴적물의 두께와 해저암석의 생성 년대를 추정해 보면, 바다의 산맥이라고 불리는 해령(海嶺)에 가까울수록 퇴적물의 두께는 얇고 생성 년대는 젊다. 아무리 오래된 해저(海底)라도 2억년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해령 부근에서 용암이 분출되어 새로운 해저가 생성된다는 가설이 필요해 진다.
또한 해저의 총면적은 줄어들 수 없으므로 어딘가 에서는 해저가 없어져야 하며 이러한 해저가 소멸되는 장소가 해구(海構)이다. 생성 및 소멸되는 해저의 이동량을 5~10cm/년 정도로 가정하면 현재의 지구 표면이 2억년 이내에 전부 새로운 지구 표면으로 바뀌어지는 계산이 된다.
또한 몇 천만 년 전에 있었던 공룡 멸망에 대한 학설로서, 거대한 운석과 지구의 충돌로 인한 기상이변 때문에 체온 조절 능력이 없는 파충류인 공룡이 멸망하였다는 운석충돌설이 유력하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운석과 충돌한 거대한 흔적을 찾지 못해 이 학설에 대한 증거로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해저가 소멸되어 운석의 흔적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이 가능성을 판이동설이 뒷받침하고 있다.
지구표면의 해령과 해구를 연결하여 보면 지구의 표층은 바다에서 70km정도, 육지에서는 그 이상의 두께를 가진 암석의 층이 태평양판, 유라시안판, 북아메리카판 등 13개의 크고 작은 판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각의 판들이 매년 약 5-7cm/년의 속도로 각각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인공위성을 이용한 측량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림-1.1).
각 판의 경계에서는
두 개의 판이 맞물려져 한쪽 판이 다른 판의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지표에서 사라지기도 하고,
맞물린 판이 서로 충돌하여 튀어 오르기도 하고,
두 개의 판이 맞부딪쳐 수평으로 빗나가기도 한다.
또한 두 개의 판이 서로 떨어져 갈 때 생긴 틈 사이로는 용암이 솟아 올라와 새로운 판이 생성되기도 한다.
히말라야 산맥의 정상에서 해저 생물의 화석이 발견되고 있는 사실도 판들이 서로 충돌하여 튀어 오른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판들과 지진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하여 196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발생된 지진의 진원지를 조사해보면, 지진의 대부분은 이러한 판의 경계지역이거나 경계지역 부근의 판의 내부에서 발생되고 있다 (그림-1.2).
이러한 판들은 어떠한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가?
판은 지구 내부의 아세노프페어(asthenosphere)라고 하는 비교적 연약한 마그마층 위에 놓여 있다. 모든 액체에는 더운 물질은 떠오르고 찬 물질은 가라앉으려고 하는 대류현상이 있으므로, 지구내부에 있는 마그마의 대류 현상이 판 하부를 끌어내리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암석의 덩어리인 판의 중량이 판 하부에 있는 마그마보다 차고 무겁기 때문에 자중에 의해 마그마 속으로 빨려 들어가 판이 이동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1.3).
이처럼 판운동은 지구 표면의 근처는 차갑고, 지구 내부는 뜨거운 열 적 불안정에 기인 된다. 결국 지진의 궁극적인 원인은 지구 내부의 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열은 주로 지구 내부에 포함되어 있는 방사선 물질의 붕괴에 의해 공급되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판운동과 지진과는 어떠한 관계에 있는가. 이 두 사실을 서로 연결 시키는 것이 탄성반발론이다.
즉, 마그마의 대류현상으로 한쪽 판이 다른 판의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때 전혀 마찰이 없이 부드럽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표면에는 굴곡이 있으므로 마찰에 의해 상부 판을 끌어당기면서 침몰하게 된다. 이때에 상부 판은 하부 판의 표면에 있는 산맥들에 의해 밑으로 끌려 들어가려는 힘을 받게 된다.
이 힘에 의해 상부 판은 응력을 받게 되며 이러한 응력이 축적되어 암석의 탄성한계를 넘으면 단층운동이라고 하는 일종의 암석 파괴현상에 의해 에너지가 해방되는 현상이 지진을 일으키게 된다. (그림-1.4)
이러한 현상을 탄성반발론이라고 한다.
지각이 탄성 반발하는 현상을 넓은 지각(地殼)의 관점에서 볼 때는 에너지가 해방되는 장소가 판 경계면을 따라 이동을 하게 되며, 어느 한 지각의 관점에서는 변형에너지가 축적되고 해방되는 현상이 반복하여 일어나므로 특정 장소에서의 지진은 주기성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어느 지점에서 지각의 변형도를 측정함으로써 특정 지진의 예측이 가능하게 된다.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지진 피해 지역의 분포를 보면, 지진은 세계 각 지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정된 지역에 많이 발생되고 있다.
특히 지진이 많은 장소는 동남아시아에서 중동지역을 거쳐 남유럽으로 이르는 태평양 지역으로 전자를 유라시안 지진대, 후자를 환태평양 지진대라 한다.
19세기 말부터 세계 각 지역에 지진계가 설치되어져 지진 관측망은 점차 정비되어 가고 있으나, 이러한 관측망에 의해 구해진 진앙의 분포를 보면 상기 양지진대의 존재는 더욱 확실해진다. (그림-1.2)
이러한 지진대의 분포가 판구조의 경계면과 일치함으로 탄성반발론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된다.
이러한 지각의 탄성반발에 의해 주로 일어나는 지진은 진원지가 깊고 방출되는 에너지량이 많은 것이 특징이고, 또한 해저에서 발생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해일(쯔나미)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진이 반드시 판 경계면에서만 발생되는 것이 아니고 판 경계면이 없는 중국대륙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이의 원인에 대해서는 탄성반발론으로서는 설명될 수가 없으나, 판 내부에는 압축력이나 인장력이 작용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힘에 의해 판 내부의 어떤 약한 암반대(活斷層)가 파괴되면서 지진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지진을 내륙형 지진이라고 한다 (그림-1.4).
내륙형 지진의 특징은 방출되는 에너지량은 적으나 진원지가 인간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깝거나 지표에서 거리가 얕음으로써 큰 흔들림을 가져와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국 하북성 당산 (中國 河北省 唐山) 지진(1976,7,28)에서는 24만2천명이 죽고 중경상자가 16만4천명이었다.
우리가 관심 있는 한반도에서 생각할 수 있는 지진은 이러한 내륙형 지진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삼국시대에는 많은 지진이 있었다는 고문헌이 있으며, 최근에는 1936년도의 지리산 지진과 1978년도의 홍성지진 등이 있다. 근래에 들어 지진의 발생 수는 적다고 할 수 있지만 발생 원인으로부터 추정해 볼 때 주기성(週期性)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한반도가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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