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년인 2022년1월11일 광주광역시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아파트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에 이어, 2023년4월5일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로 건설기술자들에 대한 불신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및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안전에 대한 많은 제도적인 개선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토목/건축 기술자들의 기본 소양인 구조물의 안전을 결정하는 요인에 대한 통찰력이 향상된 것으로 인정하기는 좀 어렵다.
그래서 점검자들의 눈으로 보여지고 측정의 결과로 이해하기 쉬운 재료적인 강도의 결함에 비하여 토목/건축 기술자들이 직감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구조적인 통찰력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콘크리트의 품질 및 강도의 증진은 토목/건축 기술자들의 공로보다는
인력에 의한 현장배합에서 레미콘이라는 공장배합으로 콘크리트 품질의 표준화가 달성 되고,
수화열 저감을 위해 시멘트를 부분적으로 대신하는 고로슬래그 및 플라이애시 사용의 증가,
단위 수량의 감소와 더불어 고유동성을 확보해주는 혼화제,
콘크리트 표면개선의 공로자인 거푸집 박리제 등
주변 공업의 발달이 주된 공로자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데 콘크리트의 강도 개선에 공헌한 주변의 도움을 한순간에 날려 버리는 실수가 콘크리트의 초기 양생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보온 조치의 미비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영하권으로 진입하는 겨울철이 있는 지역에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현장관리 기본 항목인 초기 양생을 준수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가 앞에서 언급한 현대산업개발의 광주시 아파트 붕괴 사고이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철판의 용접 불량에 의한 취성파괴가 원인이다. 그리고 삼풍백화점은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플랫트 슬래브 공법이 원인 제공으로, 전단파괴와 모멘트 파괴의 차이점을 인지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지만 잘 모르는 기술자들도 많다.
성수대교 그리고 삼풍백화점 사고 이후로 모든 구조물에 대하여 안전진단이 의무화 되어 있지만 사고 발생 원인을 조사하면 분당 정자교처럼 어처구니가 없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보와 기둥을 갖는 골조형식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은 안전율이 매우 높은 관계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특히 지반이 단단하면 더욱 그렇다. 강남 테헤란로 일대의 지반은 매우 양호한 것으로 이해된다.
필자는 1983년도에 고리 원자력에서 당시 한국중공업 건물이었던 한국전력 본사 최상층인 19층에서 현대그룹에 매각된 한전 본사의 건설 현장 및 무역센터 건설 현장을 유심히 바라본 적이 많다. 한강이 저렇게 인접인데 삼성역 부근지역의 지반은 저렇게 단단한 암반층으로 구성되어 있구나! 라고 생각하곤 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도심이란 강이 운반한 퇴적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교과서의 내용과는 일치하지 않아 더욱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강남 테헤란로에서 2018년12월13일 우리나라 건설 분야에 새로운 오명을 남길 수 있는 대형빌딩 붕괴 조짐의 기사가 있었다. 다행히 붕괴에 의한 인명의 피해는 없었던 관계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조선일보의 1면에 나온 사진만 보더라도 대충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일부 입주자들이 굉음과 함께 흔들림을 감지했고,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외장재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큰 균열이 발견되었다.
지진이나 발파공사 등 주변에서 아무런 외력이 작용하지 않았는데도 건물의 내부에서 굉음과 흔들림을 느꼈다는 것은 삼풍백화점에 버금가는 매우 불길한 징후이었다.
강남구청에서는 전문가들과 같이 조사에 착수하였다. 안전을 위하여 동바리를 설치하고, 기둥의 외장재와 피복 콘크리트를 철거하고 노출된 철근의 사진이 실렸다.
그림-1의 사진을 보면, 주철근의 겹이음 및 횡보강 철근에 대한 문제점 그리고 피복 콘크리트가 너무 두껍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복 콘크리트는 단지 철근이 녹 쓰는 것을 방지할 목적이며 하중 지지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일반적인 콘크리트의 피복두께는 3cm~5cm 정도인데, 대종빌딩 현장조사에서 파악된 피복두께는 17cm 이고, 이정도 두께로 시공할 이유는 전혀 없다. 즉, 겉보기로는 큰 단면이지만 실제로는 아니라는 의미이다.
기사에 따르며 원 도면상에는 사각형으로 설계된 1~2층 기둥이 실제의 시공은 원형 기둥으로 되어 있는 모양이다. 실제의 시공에 있어서 원형 기둥이 사각형 기둥에 비하여 시공이 어려운데도 굳이 변경했다는 것은 시공과정에서 기둥의 미관문제를 지적한 건축주가 있지 않았을까? 원형 기둥이 훨씬 고급스럽게 보이기 때문이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모멘트에 저항하는 주철근의 겹이음 방지와 더불어 수평력에 대한 저항성과 연성을 결정하는 횡방향 띠철근이다. 내진설계의 도입은 주철근의 겹이음 방지와 더불어 띠철근 단부의 마감처리와 띠철근의 직경 및 간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각형 기둥의 경우에는 띠철근의 형상도 사각형으로 절곡하고 철근의 단부는 주철근 주위로 갈고리 형상으로 걸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리고 원형의 경우에는 나선형으로 감아서 올라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사진을 보면 주철근의 간격 및 직경에 대해서는 그렇게 지적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중대한 결점이 보인다. 주철근의 겹이음이 모두 같은 위치에 있다. 이런 경우 만약 횡보강 철근이 풀리면 상하 주철근이 서로 분리되어 모든 저항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1995년 일본 고오베 지진으로 고가교량이 붕괴된 경험으로 주철근의 겹이음을 같은 위치에서 못하게 하고 용접 또는 기계적인 연결을 하도록 명시한 것이 내진설계의 규정이다.
그리고 주철근의 겹이음 분리를 방지하지 위한 횡방향 철근은 너무 가늘고 또한 감겨있는 나선의 간격이 너무 듬성듬성하다. 당시만 하더라도 토목/건축 기술자들은 횡방향 철근은 주철근의 형상을 유지하며 콘크리트 타설로 철근이 흔들리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식하던 시절이었다.
간단히 생각해 보면 어려운 이론을 가지고 오지 않더라도 띠철근의 중요성은 너무나 상식적이다. 철근콘크리트 부재가 과도한 힘을 받으면 피복 콘크리트가 먼저 파괴된다. 그리고 횡방향 철근이 노출된다.
횡방향 철근의 간격이 너무 넓거나 가늘면 주철근 심부에 있는 콘크리트가 파손되어 주철근을 밀고 나오려는 힘을 견딜 수가 없게 되어 콘크리트 조각이 빠져나오면 기둥은 붕괴한다. 너무나 당연한 철근콘크리트의 파괴메커니즘으로 누구나 머릿속에서 이해된다.
그러면 기술자들은 이런 단순한 파괴메커니즘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첫 번째 이유는 정상적인 사용 상태에서는 피복 콘크리트가 파손될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내진설계가 도입되기 이전의 철근콘크리트의 설계개념은 수직하중과 같은 상시하중에 대하여 절대로 피복 콘크리트가 파손되지 않도록 설계되는 탄성설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발생확률이 낮은 지진에 대해서는 탄성의 조건으로 설계하면 경제성이 없으므로 어느 정도의 손상을 허용하도록 하는 소성설계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피복 콘크리트가 파손 이후의 상태인 주철근의 겹이음과 횡방향 띠철근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주철근의 겹이음은 내진설계의 도입으로 철근의 배근량이 증가함에 따라 자갈이 철근 사이를 통과하지 못하여 오히려 부실을 초래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였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주철근에 나사선을 만들어 금속의 커플링을 회전시켜 연결하는 방법이 도입되고 있다.
주철근의 단부에 나사선을 만드는 불편을 해결하기 위하여 이형철근 자체를 활용하는 방법, 화약으로 용접하는 방법, 수지계통의 접착제를 주입하는 방법 등 다양한 연결방법이 제안되어 주철근의 겹이음 문제는 점점 해결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반면에 띠철근의 단부를 절곡하여 정착 방법을 개선하는 방법은 아직 현장에서 접한 적은 없다. 대형 공사 현장에서는 바닥에서 배근을 완료하고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는 방법이 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중장비를 사용할 수 없는 소형 건축물 공사 현장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공법이 개발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최근에 고출력의 레이져 용접기가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맞대음 용접이 가능한 장비가 보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토목 및 건축물의 설계에 적용되는 허용응력설계법 및 강도설계법이라는 설계의 개념에는 높은 안전율이 포함되어 있다.
과거의 허용응력설계법에 비하여 안전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강도설계법도 설계하중의 측면에서는 하중증가계수라는 것을 적용하고, 부재의 강도에 대해서는 강도저감계수라는 것을 적용하여 실제의 하중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안전하도록 부재의 단면이 결정된다.
정상적인 사용 상태에서 붕괴 조짐이 발생한 것은 설계에서 적용된 안전율을 대부분 삭감한 어떤 원인이 있었다는 것이며, 그리고 이러한 안전율을 삭감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안전진단의 절차이며 과정이다.
본 건물은 사건 발생 전년도 3월에 안전진단을 실시하여 이상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건물이다. 불과 몇 개월 만에 구조물에 특별한 하중 증가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으며 안전진단에 대한 불신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안전진단이란 지반침하와 같은 특별한 경우와 더불어 도면과 현장의 불일치를 찾아내고 부재의 건전성을 맨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철근콘크리트 부재의 건전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부재의 외장재를 철거해야 하는데 안전진단을 위하여 멀쩡한 외장재를 철거하고 다시 복구하는 작업을 허용할 수 있는 건물주는 매우 드물다. 외장재는 한번 철거하고 나면 원상태로 복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짧은 진단 기간과 적은 진단경비로 외장재를 철거하고 부재의 상태를 확인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한 사례가 있다고 하여 안전진단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또한 문제가 있다. 안전진단은 기둥과 보와 같은 중요 부재의 한두 곳은 반드시 외장재의 철거를 통한 육안검사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으며, 그리고 구조물 고유주기의 변화와 같은 진동론에 근거한 간접적인 진단기법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동경대학 지진연구소의 대학원 과정에서 진동으로 구조물의 고유주기를 파악한 경험을 생각하면 고유주기를 이용한 진단기법은 정말 장점이 많다.
철근과 더불어 철근콘크리트의 내구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콘크리트의 품질 자체이다. 콘크리트의 수명은 30년 이상이 되면 부실화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1865년에 잘 깨어지지 않는 화분을 시도하던 프랑스의 원예사인 모니에가 철근콘크리트를 발명한 이래로 유럽의 오래된 구조물은 100년 이상의 수명을 갖고 있다는 사례들을 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은 1905년에 건설된 현재 광화문에 있는 한국은행 본점이다. 일제 강점기에 건설된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직도 건재하다. 콘크리트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시멘트에 대한 물의 비율이다. 시멘트의 수화반응에 필요한 물의 절대량은 소량이다.
건설문화에 있어서 물-시멘트비라는 콘크리트의 품질에 대한 결정적인 공로자는 레미콘의 도입이다. 과거에 건설된 어떤 구조물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콘크리트 타설을 현장에서 인력시공으로 했는지 아니면 레미콘으로 시공한 것인지 파악하는 일이다.
국내 레미콘의 보급은 1965년 7월 쌍용양회의 서빙고에서 처음으로 시작하였다고 한다. 본 건물은 1991년에 준공된 것으로 레미콘이 도입되고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수도권의 대형 공사 현장에는 레미콘이 보급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만약 지반이 양호한 상태에서 레미콘으로 시공되었다고 하면 일단은 콘크리트의 내구성에 대해서 믿어도 좋다.
90년대부터 화학공업의 발달로 콘크리트의 품질을 개선하는 혁신적인 재료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재료가 바로 콘크리트 혼화제인 유동화제이다. 유동화제의 종류에 있어서도 나프탈린계에서 현재는 폴리카폰산계로 품질이 혁신적으로 향상되어 레미콘의 생산과정에 물을 많이 혼합할 이유도 없어졌으며 바이브레이터를 과도하게 사용할 이유도 없어졌다.
콘크리트의 유동성을 개선한 또 다른 공로자가 있다.
바로 플라이애시와 고로슬래그이다. 플라이애시는 석탄발전소의 용광로에서 먼지로 떠오르는 미분말을 포집한 것으로 과거에는 산업폐기물로 취급되는 것을 시멘트의 주된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플라이애시는 입자가 작고 둥글어 유동성 향상에 많은 도움을 주며 장기적인 수화반응에도 충분한 역할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동일하게 제철소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고로슬래그는 입자는 장기 내구성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시멘트의 생산에 있어서도 고분말의 시멘트가 유동성 향상에 큰 역할을 한다. 단위 그램당 비표면적 크기의 단위로서 브레인이 있다. 브레인이 높으면 잘게 부셨다는 것이다. 일반 시멘트는 3,500cm^2/g 정도이며 지반주입제로 권장되는 미세분말의 시멘트는 12,000 정도에 육박한다.
브레인이 높은 대표적인 제품은 여성들의 화장품이다. 고급 화장품일수록 분말도가 높다. 그래야 피부 속으로 잘 침투하기 때문이다. 담배 연기는 20만 브레인 정도가 된다. 담배 연기는 기체가 아니라 고체이다.
그리고 타설된 콘크리트로부터 쉽게 탈락하도록 거푸집에 바르는 탈형제도 목재 거푸집에서 철재 거푸집으로의 변화와 더불어 콘크리트의 표면 상태를 향상시키는 지대한 공로가 있다.
요즘은 고급 커피숍 및 레스토랑에 가면 콘크리트 표면을 그대로 노출하여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건축물이 매우 많아졌다. 모두 성능이 향상된 거푸집과 탈형제의 덕분이다.
일본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건축물은 외장재 마감에 매우 집착하고 있다. 과거에 건설된 건축물들은 콘크리트의 외관은 남들이 보기 전에 빨리 외장재로 마감하는 것이 최선이라 외장재에 집착하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화장발이다. 안전진단을 제대로 하려면 먼저 화장발부터 제거하고 보아야 한다. 외장재로 치장한 상태에서 실시되는 안전진단은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상 건축물은 1991년에 준공되었다는 사실은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에 발표된 주택 200만호 건설이라는 큰 변수도 있는 것 같다. 군부를 배경으로 집권한 노태우 대통령은 주택의 공급 확대를 통해 중산층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시도로 1988년에 제1기 신도시(분당, 일산, 중동, 산본, 평촌)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을 발표하였으며 완료 시점은 1992년이었다.
단기간에 엄청난 물량의 아파트 공급은 골재와 시멘트의 부족 사태를 초래하여 세척되지 못한 바닷모래의 사용과 품질이 의심되는 중국산 시멘트의 사용 그리고 날림공사로 의심받는 시절에 준공되었다.
아래 그림은 내진설계에 있어서 기둥 사이에 설치하는 전단벽은 수평력을 대부분을 부담하여 기둥의 안전을 도모하기 때문에 내진벽이라고 부른다고 하면서 전단벽이 수평하중을 부담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그림이다.
토목/건축공학과에서 구조역학을 공부한 젊은 기술자들은 모멘트는 동일한 하중에 대하여 길이가 길면 길수록 모멘트의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반면에 긴 보와 짧은 보가 서로 강결되어 있는 부재의 중앙부에 하중을 가하면 긴 보와 짧은 보의 수직하중 부담률에 관한 질문으로 잠깐 망설이지만 짧은 보가 하중을 많이 부담하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동일한 문제로 깊은 계곡을 통과하는 교량구조물에 있어서 지진피해는 긴 교각과 짧은 교각 어디에서 발생할까요? 라고 물으면 긴 교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정답은 짧은 교각이다.
두 문제 모두 동일한 하중을 길이가 다른 부재에 작용하는 경우가 아니라, 동일한 변위를 작용하면 하중은 어느 부재가 부담하느냐의 문제로, 질문의 요점이 동일하다는 조건이 하중에서 변위로 변경되었을 뿐이지만 기술자들에게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토목/건축 기술자들에게는 철근량을 산출하기 위한 최대모멘트가 중요하 관점이지 구조물의 변형도는 중요한 관점이 아니기 때문에 공부하는 과정에서 변형도는 굳이 그려보지도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단순보를 포함하여 모멘트 다이아그램의 작성에 있어서도 + 로 정의된 부분을 아래 방향에 그린다. 대부분 학문에서 +는 위로 –는 아래로 표현하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정의한 이유는 변형의 방향과 일치시키기 위한 선각자들의 지혜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다음으로 하중과 변형과의 기초지식을 배경으로 그림-5와 같이 변형과 하중과의 관계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내진벽의 원리에 대하여 알아보자.
구조물에 있어서 벽이란 구조형식은 기둥과 달리 강성이 크며 수평력에 대한 저항능력이 크기 때문에 내력벽 또는 전단벽이라고 불린다.
내진설계의 개념이 정확히 이해되기 전인 1900년도에 건설된 동경대학의 강의실을 보면 기둥이 너무 커서 강의실의 공간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진이라는 당시로서는 미지의 수평력에 대항하기 위하여 기둥을 크게 설계하여 구조적인 효용성을 무시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효과적인 내진설계란 기둥을 무작정 크게 하지 않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적절히 벽체를 도입하여 내진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도모하는 방법이다.
반면에 벽체는 저층의 구조물에서는 효과적이지만 고층을 올라가면 갈수록 내력벽으로서 효과가 없어지며, 과도한 내력벽 및 잘못된 내력벽의 배치는 구조물의 취성파괴 및 회전모멘트를 유도하게 되어 오히려 구조물을 위험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므로 과도한 벽체의 사용은 자제하고 대칭성을 고려하여 내력벽을 배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내진설계의 방법이다.
그림-5과 같이 라멘 구조물에 벽식 구조물이 일체화된 구조물에 대하여 지진과 같은 수평력을 받는다고 하자.
라멘 구조물에 있어서는 슬래브의 강성이 기둥의 강성보다 크기 때문에 슬래브는 수평 거동을 하게 되며 기둥은 절점에서 직각을 이루는 거동을 하게 되어, 전반적으로는 하부에서의 상대 변위는 크고 상부에서의 상대 변위는 적은 전단력도와 같은 거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벽식 구조물은 하부에서의 상대 변위는 적고 상부에서의 상대 변위는 큰 모멘트도 모양의 거동을 하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짧은 보와 긴 보를 서로 강결한 상태에서 수직하중을 가하면 변형하기 어려운 짧은 보가 대부분의 수직하중을 분담하는 것과 동일한 원리로 구조물의 저층부에서는 변형하기 어려운 벽체가 대부분의 수평력에 저항하며 기둥은 수평하중을 거의 분담하지 않는다.
반면에 구조물의 상층부에서는 수평력에 대한 벽체의 효과는 없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골조 시스템과 벽식 시스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강성과 인성이다.
골조 시스템은 항복내력을 넘어서면 곧바로 붕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성을 가지고 버티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에 벽식 시스템은 수평하중에 대하여 항복내력을 넘어서면 곧바로 붕괴로 이어지는 취성파괴의 특징이 있다.
내진설계의 목적은 구조물을 무조건 튼튼하게 건설하여 구조물을 보호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물은 비록 손상을 받더라도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들이 내진설계를 한다고 하지만 발생할 지진력의 크기에 대하여 결코 알지 못한다. 단지 우리의 경제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다가올 지진력의 크기를 인간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대비하고자 할 뿐이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내진 안전성을 고찰하면, 가장 안전한 구조물은 반드시 골조 시스템을 갖고 있으면서 내력벽을 적절히 배치하여 지진에 대비한 구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적은 크기의 지진력에 대해서는 내력벽이 지탱하여 구조물에 손상이 없으며 인명도 안전한 상태가 되고, 설계 지진력과 같은 크기의 지진력에 대해서는 비록 내력벽이 손상을 받더라도 완전 파괴는 초래하지 않아 인명의 손상을 최소한으로 하며, 설계 지진력보다 큰 지진력에 대해서는 내력벽이 완전 파괴가 되더라고 골조 시스템의 안전성으로 완전 붕괴를 방지해 준 덕분으로 목숨만은 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토목/건축구조물의 사람들의 생명과 관련이 있어 기본적으로 높은 안전율로 설계 및 시공되는 구조물이다. 높은 안전율 덕분에 웬만해서는 사고가 나지 않기 때문에 적당히 부실한 구조물들이 주변 널려있어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다.
그러나 안전율이 어떤 부위에 숨겨져 있으며 어떤 요인들이 결정적인 취약점이 되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기술자들이 널리 분포되어 있어야 한다.
첫째, 한반도와 같이 혹한의 동절기가 있는 국가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초기 단계에서 냉해를 받으면 그 많던 안전율은 한순간에 상실하며 나중에 아무리 치유하려고 해도 소용없다는 것은 건설기술자들의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콘크리트의 품질향상은 건설기술자들의 노력보다는 주변 공학의 발달로 점점 개선되는 경향은 절대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 띠철근의 간격 및 주철근을 감는 마감처리가 철근콘크리트의 안전을 도모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기술자들이 아직도 많다. 인지와는 별도로 대부분의 현장에서 손쉽게 띠철근의 폐합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 및 장비들이 개발되고 보급되기를 기대한다.
셋째, 수평력으로 작용하는 지진력에 대응하는 내진설계는 철근콘크리트라는 소재로서는 결코 완벽하게 대응할 수는 없으므로 가볍고 강도가 높은 새로운 소재의 출현을 기대하면서, 현재의 기술로도 대응이 가능한 면진설계를 소개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 면진설계라는 것도 특별한 기술이기보다는 현재까지 인간이 파악한 지진의 특성을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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