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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시리아(Türkiye/Syria) 지진을 계기로 다시 살펴보는 내진설계의 개념 - Part2: 지진파와 구조물의 상관관계

Written by MIDAS CIM | 2023. 9. 14 오후 11:45:19

3. 지진파와 구조물의 상관관계

지진의 발생원인과 동일하게 내진설계의 핵심은 지진파의 주파수 특성과 구조물이 공진하는 상관관계에 있다는 것은 여전히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사실이다.

 

설계된 구조물의 도면만으로 내진설계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짝사랑에 불과하다.

공진의 문제가 간단한 것 같아도 다절점계의 문제가 되면 구조물의 증폭계수라는 주파수 영역에서 구조물의 특성을 파악하는 고유치 및 고유모드라는 수학적인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고유치 문제는 진동론의 문제만이 아니라 물리학에서도 기본이 되는 학문이며, 푸리에 급수 및 스펙트럼의 의미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진설계란 다가올 지진동에 대비하여 이에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을 설계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듯이 다가올 지진에 대해서도 그 특성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관측된 각종 지진파를 분석한 결과 일반적인 경향은 파악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람의 얼굴이 다르듯이 지진동의 특성도 지진이 발생된 장소 또는 관측된 장소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즉, 지진파의 특성은 진원지에서의 단층의 크기나 모양 또는 암석의 파괴 형태에 따라 달라지며, 진원지에서 관측점까지의 전파 경로에 의한 영향, 관측점 하부 표층지반에서의 증폭 특성에 영향을 받는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단층의 크기는 지진파의 전반적인 크기에 영향을 미치며 표층지반의 영향은 진동수 특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지진파의 주기특성이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은 공진현상을 이해하면 직감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들은 상식적으로 바람과 같은 일상적인 진동에도 흔들리기 쉬운 고층 건물은 지진에 대하여 위험하고 이와 반대되는 저층 건물은 지진에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지진이 가장 많이 발생되는 일본의 동경이나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초고층 빌딩이 많이 건설되어 있다. 그러면 어떻게 지진의 위험지역에서 초고층건물의 건설이 가능한가? 라는 의문에 대한 해답은 앞으로 설명될 응답스펙트럼이라고 하는 지진동의 주기특성과 지진에 의해 진동을 받는 물체 사이의 공진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지진에는 유연한 물체는 약한 힘으로 어루만져 주고, 강한 물체는 강한 힘으로 때려주는 특성이 있다. 그리고 이 성질을 이용하여 지진력에 대항하지 않고 지진력을 피하고자 하는 개념으로 구조물을 유연하게 설계함으로써 지진 다발지역에서 초고층 건물 및 현수교와 같은 장대교량의 건설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3.1 응답스펙트럼이란?

 

​일반적으로 스펙트럼이란 말에 우리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개념은 아마도 프리즘을 통하여 나타나는 태양광선의 아름다운 무지개인 일곱 색깔일 것이다. 태양광선은 맨눈으로 보면 밝기만 인식될 뿐 아무런 색깔도 띄지 않으나 프리즘을 통하여 보면 주파수별로 일곱 가지 색으로 분해되어 보인다.

지진동의 크기를 기록한 지진파의 시간이력을 보면 지진의 지속시간이나 최대가속도와 같은 비교적 간단한 특성은 쉽게 알 수 있지만 지진파 속에 포함된 주파수의 성분까지는 잘 파악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빛의 주파수 성분을 파악하는 프리즘과 같이 수학적 도구를 사용하여 지진파의 특성을 주파수별 성분으로 분해한다.

이러한 분석방법 중의 한 가지가 응답스펙트럼이며 응답스펙트럼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작성하게 된다.

 

​어떤 물체에 강제적인 변위를 가한 후, 이를 해제하면 그 물체는 원위치로 되돌아가려는 복원력과 제자리에 있고자 하는 관성력이 작용하므로 진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물체의 진동하는 주기를 물체의 고유주기라 하며 물체의 재료와 형상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물체가 진동하는 동안에 열이나 소리로써 에너지를 소비하는 현상을 감쇠(減衰,Damping)라고 한다.

이러한 주기와 감쇠를 갖는 진동하는 물체를 매개로 하여 지진파의 주파수 성분을 분석한 결과가 응답스펙트럼이며, 이의 작성방법을 도식적으로 표시하면 (그림-1.5)와 같다.

 

그림-1.5 응답스펙트럼 작성과정의 개념도

 

즉, 한 장의 판 위에 여러 종류의 스프링으로 연결된 고유주기가 다른 수많은 추(一質点系)가 놓여 있다고 가정하자. 판을 지면이라 생각하고 지진동처럼 판을 흔들면 이 추들도 각자의 고유주기에 따라 흔들릴 것이다. 이때 각 추들의 시간에 따른 응답치를 측정하여 이들 응답치 중에서 최대치를 찾아 X축에는 고유주기를, Y축에는 고유주기에 대응하는 응답의 최대치를 표시한 그래프가 응답스펙트럼이다.

스펙트럼의 형상은 지진파의 주기특성에 따라 많은 굴곡을 가지며 특히 큰 응답치를 가지는 주기를 탁월주기(卓越週期, Predominant Period)라고 부른다.

또한 감쇠가 클수록 주기의 특성은 적어지고 굴곡들은 완만한 모양을 갖게 된다. 이러한 스펙트럼의 모양은 지진파에 따라 상이하나 전 세계적으로 관측된 지진파들의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스펙트럼에는 개략적으로 비슷한 성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펙트럼의 일반적인 경향을 간략화 하면 (그림-1.6)과 같다.

 

그림-1.6 지진파 응답스펙트럼의 개략적인 형태

 

또한 세계에서 최초로 포착된 강진기록으로 널리 알려진 1940년5월18일에 발생된 EL-CENTRO 지진에 대하여 가속도, 속도, 변위의 3가지 성분을 한 장의 스펙트럼으로 나타내면 (그림-1.6)과 같다.

 

지진력이 가진 힘의 크기와 직접 관련이 있는 가속도 응답스펙트럼을 보면 어떤 짧은 주기까지는 대체로 일정한 값을 가지나 주기가 점점 길어짐에 따라 응답치가 급속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어떤 주기에서의 응답치가 크다는 것은 지진파 속에 이러한 주기의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응답치가 작다는 것은 이러한 주기의 성분이 적게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3.2 공진현상

 

지진파의 성질 중에서 최대가속도의 크기 뿐만 아니라 주기별 성분의 분해가 왜 중요한가?

이는 지진에 의한 구조물의 피해는 지진의 크기뿐만 아니라 지진이 갖고 있는 주기와 구조물이 갖고 있는 주기가 공진을 일으켰을 경우에 큰 피해를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진현상에 대해 우리들이 일상적인 생활에서 느끼고 있는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여러분들은 초등학교 시절에 두개의 크기와 모양이 같은 소리굽쇠를 서로 떨어지게 놓고 한쪽 소리굽쇠를 진동시켰을 때, 다른 쪽 소리굽쇠가 덩달아 진동하는 현상을 배웠을 것이다. 이는 진동하고 있는 소리굽쇠에서 발생한 진동에너지가 공기를 매질로 하여 다른 소리굽쇠로 에너지가 전달되는 것이며, 공기의 진동에너지를 잘 흡수할 수 있는 동일한 크기 및 형상의 소리굽쇠는 진동하나, 크기 및 형상이 다른 소리굽쇠는 진동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하여 공진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진동을 쉽게 주고받는 현상은 반드시 두 물체 사이의 고유주기가 비슷한 경우에만 발생하게 된다

 

Tuning Fork Resonance Experiment

 

다른 예로, 우리나라 불멸의 명작인 춘향전에서 춘향이가 남원에서 이 도령을 만나는 장면을 연상하여 보자.

이 도령이 숲을 지나가는 그 순간에 향단이가 뒤에서 그네를 잘(?) 밀어주는 덕분에 춘향이는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그네를 탈 수 있었으며, 그로 인하여 이 도령의 눈에 띄어 춘향전은 시작될 수 있었다고 억지를 부려보자.

여기서 향단이가 춘향이의 그네를 잘 밀어주었다는 대목을 공진현상으로 설명해 보면,

  • 시계의 추는 항상 일정한 박자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춘향이의 그네도 나무에 매달린 그네 줄의 길이와 그네를 타는 사람의 중량에 의해 일정한 박자를 가지고 움직이게 된다.

  • 이러한 그네의 일정한 박자에 맞추어 밀어주는 경우에는 그네가 잘 움직일 수 있으나, 그네의 박자에 맞추지 않고 제 멋대로 미는 경우에는 절대로 그네는 잘 움직일 수가 없다.

그러므로 춘향이가 그네를 잘 탈수 있었던 것은 향단이가 공진현상을 잘 이해하여 적절하게 외력을 작용했기 때문이며, 춘향전의 일등 공신은 향단이라는 괴변을 늘어놓아 본다.

 

 

이와 같이 외력을 가하는 물체와 외력을 받는 두 물체의 진동하는 주기가 인접할 때는 공진현상을 발생함으로, 우리들이 당면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인 내진설계에 있어서 외력으로 작용하는 지진외력을 받는 구조물과의 공진관계를 생각하여 보자.

예를 들어 어느 인접된 장소에 층수가 상당히 다른 두 종류의 건물이 건설되었다고 하면, 구조적인 특성상 저층건물은 고유주기가 짧을 것이고 고층건물은 고유주기가 길 것이다.

만약 이러한 지역에 단주기 성분이 강하고 장주기 성분이 약한 특성을 가진 지진이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지진과 구조물의 공진현상에 의하여 저층건물은 파괴되고 고층건물은 상대적으로 안전할 가능성이 크며, 반대로 장주기 성분이 강하고 단주기 성분이 약한 지진이 발생했다면 고층건물은 파괴되고 저층건물은 안전할 가능성이 크다.

 

즉, 구조물의 지진에 대한 안전성 여부는 “지진의 탁월주기와 건물의 고유주기가 일치하여 공진현상을 일으키느냐, 지진의 탁월주기와 건물의 고유주기가 서로 어긋나 공진현상을 일으키지 않느냐”의 차이에 있으며, “건물을 튼튼하게 잘 지었느냐 부실하게 지었느냐”의 차이보다 더 큰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구조물의 내진설계란 지진동의 주파수 특성을 고려한 설계를 하여야 하며 지진동의 주파수 특성을 나타내는 응답스펙트럼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조물을 건설할 대상 부지에 어떠한 탁월주기를 갖는 지진이 발생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이 중요한 문제가 되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들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정확한 결론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외국 설계기준의 준용 또는 개략적인 지반의 성향을 파악하여 설계기준으로 적용하고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적합한 내진설계를 위해서는 한반도의 지반특성이 반영된 설계응답스펙트럼을 작성해야 하며 미국이나 일본의 설계기준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지진피해와 예측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4.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의 시대

 

​지진의 발생원인 및 지진발생의 구조적인 모식도는 필자가 1992년도에 동경대학 지진연구소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전력연구원에 근무할 당시에 판 내부지진의 메커니즘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일러스트이다.

일본은 판경계면에 있는 관계로 지진다발국으로 인지하지만, 판의 경계면에서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도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에 속하지 않는다고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지진의 발생원인 및 지진발생의 구조적인 모식도

 

 

필자는 30대에 유학에서 귀국하여 지금은 70대에 접어들었다.

그사이 세상은 딥러닝에 의해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패배한 것은 이미 과거의 일로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오픈AI 사의 챗 GPT가 사람처럼 대화하고, 작고한 유명 가수의 노래도 부르고, 만화 및 유명 화가의 그림을 그리고, 진짜 사람 같은 얼굴을 만들고, 비디오 영상물도 금방 만들어주며, 텀블링하는 로봇과 자율주행차도 등장하는 진정한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돌입했다.

하지만 지진발생의 메커니즘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그래서 글을 시작하기 전에 오픈AI 사의 챗 GPT 및 마이크로소프트사의 BING에게 내진설계에 대한 질문과 필자가 공부한 물리학 및 과학 상식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1. 지진의 발생 원인은?

  2. 내진설계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3. 필로티 구조물의 내진성능은?

  4. 내진설계에 있어서 반응수정계수의 개념은?

  5. 지진파 응답스펙트럼의 특성은?

  6. 딥러닝 인공지능을 지진발생을 예측하는데 사용될 수 있을 가능성은?

  7. 내진보강공법으로 강성보강공법과 연성보강공법은 어떤 것이 보다 효과적일까요?

  8. 건축물의 내진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딥러닝의 적용 가능성은 있을까요?

  9. 양자의 중첩과 얽힘 현상을 사용하는 양자컴퓨터의 원리를 설명해 주세요.

  10. 우주의 나이와 온도?

  11. 파이썬으로 작성된 딥러닝 프로그램의 예제를 보여주세요.

 

 

사용해 본 필자의 소감은 다음과 같다.

챗 GPT는 잘 모르는 문제도 아는 것처럼 답변하는 경향이 있으며, BING은 블로그 및 위키피디아 등의 자료를 조사하여 답변하는 것 같다.

BING은 반응수정계수의 개념에 대하여

"반응수정계수는 내진설계의 경제성, 위험성, 비선형 거동 등을 고려하기 위한 설계 계수로서 1978년 미국 Applied Technology Council에서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반응수정계수는 구조물이 비탄성 거동을 보일 때 저감된 지진력으로 구조검토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값입니다. 반응수정계수는 재료적인 여용력, 에너지일정의 법칙, 구조적인 여용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라고 답변하여 조금 놀랐다.

 

필자가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항상 강조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반응 수정계수의 개념을 모르면 내진설계가 어떻게 수행되고 있는 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널리 알려진 과학적인 상식에 대한 질문은 대부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자세하게 묻고 들어가면 점점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것도 같았다.

필자가 후학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말은 단순히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입장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한다는 인공지능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하여 코딩으로 공부하여 토목/ 건축구조물의 설계 및 내진보강공법에 적용할 수 있는 시대적인 요구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5. 내진설계의 결론은 무엇인가?

 

​우리들은 튀르키예 지진을 경험하면서 1995년에 발생한 일본의 고오베지진에 의한 피해 사례로부터 자연의 위력에 대한 인간의 미력함을 절감하고 있다. 그리고 2017년 포항지진을 경험하면서 일본과 인접된 한반도에도 이러한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만일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진발생의 예측에 대해서는 현대의 과학으로서도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현대사회에 있어서 가난이라는 자체가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이다. 세상에 흙벽돌 집에 살고 싶어서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로 부터 벗어나는 첫째 방안은 흙벽돌 건축물을 주거용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주거용으로 흙벽돌 집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은 공학자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지진연구소 유학 시절에 첨단 내진설계의 연구만이 아니라 후진국에서 원주민들이 흙벽돌을 제작할 때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풀과 나무를 활용하여 흙벽돌의 강도를 개선하는 연구도 필요하다는 논의는 있었지만 연구비를 지원 받을 방법이 없었던 기억이 있다.

 

튀르키예 지진피해 비롯하여 후진국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지진피해 사진을 보면 파손된 콘크리트 조각에서 철근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건축물에는 철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라서라기보다는 건축경비를 절약하기 위하여 사용하지 못한다.

내진설계는 부족한 철근을 어떻게 적절히 사용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토목/건축기술자들은 휨모멘트에 저항하는 주철근이 중요한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반면에 띠철근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특히 내진설계 실천의 최선봉에 있는 일용직 작업 종사자들은 무관심하며 대부분 잘 모른다.

철근콘크리트의 파괴메커니즘을 살펴보면,

  • 수직하중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수평하중을 추가적으로 받으면,

  • 띠철근 외부의 피복콘크리트가 파손되고,

  • 피복콘크리트가 파손되면 띠철근의 폐합이 풀리면서,

  • 단순 겹이음된 주철근이 서로 분리 또는 휘어져 심부콘크리트가 빠져나간 상태에서,

  • 수직하중에 의해 좌굴이 발생하여 구조물이 붕괴하게 된다.

 

그러므로 수직부재의 좌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피복콘크리트가 파손되지 않아야 하며, 피복콘크리트가 파손되는 경우라도 띠철근의 폐합이 쉽게 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내진설계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띠철근의 폐합이 쉽게 풀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단부에서 주철근의 주위를 감고 돌아야 하지만 인력 시공으로 현장에서 띠철근의 단부를 폐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대형 공사 현장이라면 바닥 상태에서 폐합으로 가공된 띠철근을 주철근의 단부에서 밀어 넣을 수 있지만 수직으로 서 있는 주철근의 상부에서 폐합으로 가공된 띠철근을 삽입하는 것은 작업성이 상실되어 좀처럼 시행되기 어렵다.

필자는 아직까지 수직철근이 설치된 상태에서 띠철근의 폐합을 만들 수 있는 작업 공구를 본 적이 없다.

 

띠철근의 간격과 더불어 폐합조건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주철근의 겹이음 방지도 매우 중요하다.

띠철근의 폐합이 분리된 상태에서 겹이음된 주철근의 서로 분리되면 수직하중을 지탱할 콘크리트 단면적이 상실되기 때문에 부재의 좌굴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만약 한개의 수직부재에서 좌굴이 발생하면 인접된 수직부재로 하중이 전가되는 도미노 현상으로 구조물 전체가 붕괴되는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지진피해 현장에서 팬케익 현상으로 많은 사상자를 발생하게 하는 주된 원인이다.

 

결국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의 내진설계의 핵심은 띠철근의 간격을 좁게 유지하면서 심부콘크리트가 이탈하지 않도록 폐합을 유지하는 것이 내진성능의 시작과 더불어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형구조물일수록 이런 기초적인 시공에 대한 문제점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여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최근에 주철근의 겹이음을 방지하는 주철근을 나사로 연결하는 커플링이라는 제품이 널리 보급되어 주철근의 문제는 많이 해소된 것 같다.

 

필자가 우리 사회에 있어서 감시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형 건축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띠철근의 폐합문제를 아무리 거론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사각지대의 대표적인 현장이 개인 건축주들이 시공하는 필로티 구조물이다. 필로티 구조물은 도심에서 지하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하는 소형건축물이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엄청나게 많이 보급되어 있다.

2017년 포항지진피해 사례에서 노출된 필로티 구조물의 기둥에서 발생한 띠철근의 부실문제에 대해서 우리사회는 이미 잊어버렸다.

 

이미 시공이 완료되어 사용 중인 필로티 구조물을 지지하고 있는 기둥의 띠철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하지만, 필자가 외친다고 하더라도 목소리가 미약하여 사회적인 파급효과는 없었다.

 

내진설계의 핵심은 수직부재의 좌굴방지를 위하여 심부콘크리트가 손상을 받어라도 주철근 외부로 이탈하지만 않으면 된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미 완성된 수직부재의 외부라도 감싸주면 되기 때문에 대표적인 방법이 철판으로 감아주는 것이며 철판은 무겁고 용접같은 현장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탄소섬유 또는 아라미드 섬유를 에폭시 접착제로 부착하여 감기도 한다.

보다 편리한 방법으로 자동차의 안전벨트 또는 크레인으로 물건을 들 때 사용하는 연속된 폴리에스테르 섬유로 감아주면 더욱 좋다. 소방호스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폴리에스테르 섬유는 돌돌 말아 길게 만들기도 쉽고 철근과 같은 강도와 더불어 적당한 연신률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깁스에 사용되는 붕대처럼 기둥 주위를 감아주고 몰탈로 마감하면 그만이다.

 

특히 필로티 구조물은 기둥이 소량으로 존재하며 하중이 집중되어 좌굴될 부재를 매우 특정하기 쉽다. 만약 기둥이 좌굴되면 구조물 자체는 큰 피해를 받지 않았더라도 철거해야 하는 관계로 건축주로서는 재산상의 손해가 심각하다.

반면에 비록 기둥에 손상이 발생하더라도 좌굴에 의해 완전히 주저앉지만 않으면 자키로 들어 올려 건물의 재사용도 가능하기 때문에 건축주만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지진피해를 복구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필자가 앞에서 딥러닝을 이용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언급한 이유도, 필로티 구조물은 형상이 대부분 일정한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붕괴메커니즘을 시뮬레이션하는 모델링을 쉽게 만들 수 있으며 딥러닝을 통하여 예상되는 파괴 모델링을 확보하고 있으면 고객의 의뢰 물건에 대하여 신뢰성이 있는 붕괴메커니즘을 제시하고 적합한 보강공법도 제시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사회를 들뜨게 하고 있는 딥러닝 인공지능을 토목/건축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한번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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