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진설계란 가까운 미래의 지진동에 대비하여 이에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을 설계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듯이 미래의 지진에 대해서도 그 특성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람의 얼굴이 다 다른 것처럼 지진동의 특성도 지진이 발생한 장소 또는 관측된 장소에 따라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관측된 각종 지진파를 분석한 결과로 일반적인 경향을 파악했을 뿐이다.
지진파의 특성은 다음과 같은 항목에 의해 영향을 받아 각기 다른 특성을 갖는다.
진원지에서의 단층의 크기나 모양 또는 암석의 파괴 형태,
진원지에서 관측점까지의 전파경로에 의한 영향,
관측점 하부 표층지반에서의 증폭 특성의 영향
이러한 지진파의 주기 특성이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을 직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공진현상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들은 상식적으로 바람과 같은 일상적인 진동에도 흔들리기 쉬운 고층건물은 지진에 대하여 위험하고 반대로 저층건물은 지진에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지진이 가장 자주 발생하는 일본의 동경이나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초고층 빌딩이 많이 건설되어 있다.
어떻게 지진 위험 지역에 수많은 초고층 건물이 건설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응답 스펙트럼이라고 하는 지진동의 주기특성과 지진에 의해 진동을 받는 물체 사이의 공진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지진에는 유연한 물체는 약한 힘으로 어루만져 주고, 강한 물체는 강한 힘으로 때려주는 특성이 있다. 그리고 이 성질을 이용해 지진력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지진력을 피하고자 하는 개념으로 구조물을 유연하게 설계함으로써 지진 다발지역에 초고층 건물 및 현수교와 같은 장대교량의 건설이 가능하게 되는 이론적인 배경을 갖는다.
면진설계의 개념은 강성이 강한 저층 구조물을 고유주기가 긴 구조물인 것처럼 지진을 상대로 속이는 인간들의 전략에 속한다.
손자병법에서 적과 싸우지 않고 피하는 방법이 최고인 것처럼 단주기 영역에서 지진과 힘겨루기를 하지 않는 인간의 전략인 셈이다.
다만 면진장치 자체의 내구성에 대해서는 아직 지진을 경험한 사례가 적기 때문에 충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스펙트럼이란 말에 우리들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개념은 아마도 프리즘을 통하여 나타나는 태양광선의 아름다운 일곱 색깔 무지개일 것이다. 태양광선은 맨눈으로 보면 밝기만 인식될 뿐 아무런 색깔도 띠지 않으나 프리즘을 통하여 보면 주파수별로 일곱 가지 색으로 분해되어 보인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진동의 크기를 기록한 지진파의 시간이력을 보면 지진의 계속시간 및 최대가속도와 같은 비교적 간단한 특성은 쉽게 알 수 있지만, 지진파 속에 포함된 주파수의 성분까지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그래서 빛의 주파수 성분을 파악하는 프리즘과 같이 수학적 도구를 사용하여 지진파의 특성을 주파수별 성분으로 분해한다.
이러한 분석 방법 중의 한 가지가 응답 스펙트럼이며 응답 스펙트럼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작성하게 된다.
어떤 물체에 강제적인 변위를 가한 후, 이를 해제하면 그 물체는 원위치로 되돌아가려는 복원력과 제자리에 있고자 하는 관성력이 작용하므로 진동을 하게 된다.
이렇게 물체가 진동하는 주기를 물체의 고유주기라 하며 물체의 재료와 형상에 따라 달라진다. 물체가 진동하는 동안에 열이나 소리로써 에너지를 소비하는 현상을 감쇠라고 한다.
주기와 감쇠를 하는 진동하는 물체를 매개로 하여 지진파의 주파수 성분을 분석한 결과가 응답 스펙트럼이며, 이의 작성방법을 도식적으로 표시하면 그림-1과 같다.
판을 지면이라 생각하고 지진동처럼 판을 흔들면 일질점계는 각자의 고유주기에 따라 흔들릴 것이며, 각 질점계들의 시간에 따른 응답치를 측정하고 X축에는 고유주기를, Y축에는 고유주기에 대응하는 응답의 최대치를 표시한 그래프가 응답 스펙트럼이다.
스펙트럼의 형상은 지진파의 주기특성에 따라 많은 굴곡을 가지며 큰 응답을 갖는 주기를 탁월주기(卓越週期, Predominant Period)라고 부르며, 감쇠가 클수록 주기의 특성은 적어지고 굴곡들은 완만한 모양을 갖게 된다.
이러한 스펙트럼의 모양은 지진파에 따라 상이하나 전 세계적으로 관측된 지진파들의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스펙트럼에는 개략적으로 비슷한 성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스펙트럼의 일반적인 경향을 간략화하면 그림-2와 같다.
지진력이 가진 힘의 크기와 직접 관련이 있는 가속도 응답스펙트럼을 보면 어떤 짧은 주기까지는 대체로 일정한 값을 가지나 주기가 점점 길어짐에 따라 응답이 급속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어떤 주기에서의 응답이 크다는 것은 지진파 속에 이러한 주기의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응답이 작다는 것은 이러한 주기의 성분이 적게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지진파의 성질 중에서 최대가속도의 크기 뿐만 아니라 주기별 성분의 분해가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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